- 신천지의 모순, “신천지 12지파 인 맞음 확인 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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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민기 기자 5b2f9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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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12 15:21 입력
▲‘신천지 12지파 인 맞음 확인 시험’을 치르고 있는 베드로지파 광주교회 신도들 |
■ “신천지 12지파 인 맞음 확인 시험”, 문제와 정답 미리 알려주고 치러져 ■ 무너져가는 신천지 144,000 교리, 신도들 사이에서도 신뢰 얻지 못해 ■ 신천지, 신도 통제 위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신천지 12지파 인 맞음 확인 시험” 진행 본지가 지난해 8월 신천지(이만희,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 측이 실시한 “신천지 12지파 인 맞음 확인 시험” 결과 브로슈어를 입수했다. 소위 “지켜야 할 새 언약 이행 시험”으로도 불렸던 이번 시험에 80%를 육박하는 신도들이 만점을 받았다. 이만희씨가 “90점 미만은 (구원을 받을 수 있지만 제사장의 역할을 감당할 수없는) 흰무리”이며, “(한정된 제사장 숫자) 144,000까지 등수를 매기겠다”는 특별 지시사항을 내렸기 때문으로 보인다.
▲브로슈어를 통해 소개된 ‘신천지 12지파 인 맞음 확인 시험’ |
‘신천지 12지파 인 맞음 확인 시험’ 어떻게 진행되었나?
‘신천지 12지파 인 맞음 확인 시험’은 지난해 8월 13일, 27일, 9월 10일 각각 25문제씩 총 75문제를 치르는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브로슈어에 따르면 “시험의 문제는 신약 27권의 내용 중 요한계시록 전장을 중심으로 출제”되었으며, “(75문제 안에 포함된 작은 문제들을 종합해) 약 300개의 문항이 출제”되었다. 거창한 시험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신천지 최근 탈퇴자는 “시험 문제와 정답을 미리 알려준 후 암기를 하게 했다”, “단순 암기이기 때문에 어려움 없이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었다”고 고백했다. ▲브로슈어를 통해 공개된 “12지파 전 성도 지켜야 할 새언약 이행 시험 1, 2, 3차 시험 결과: 12지파 통계” |
실제로 각 차수별로 90점 이상인 신도의 숫자가 144,000을 족히 넘었다. ‘신천지 12지파 인 맞음 확인 시험’ 브로슈어에 따르면, 시험엔 1차 16만 2893명, 2차 15만 8101명, 3차 15만 5082명이 참석했고, 1차 14만 4156명, 2차 14만 8563명, 3차 15만 1063명이 90점 이상을 받았다. 144,000까지 등수를 매기는 것이 무의미해졌다. 물론 점수대별 인원 현황의 통계만 나온 것이기 때문에, 1차에 90점을 넘은 신도가 2 · 3차에도 90점을 넘었다고 단정 지을 순 없다. 하지만 단순 암기로 진행되었다는 탈퇴자의 증언과, 차수를 거듭할수록 90점 이상의 신도 수가 늘어난 점을 고려할 때 ‘신천지 12지파 인 맞음 확인 시험’에 90점을 넘은 신도가 144,000을 족히 넘었을 것이란 합리적 추론을 할 수 있다. 필요에 따라 변개된 144,000 교리
이만희씨의 특별 지시사항으로, 인 맞은 144,000(제사장)이 채워질 때 새 하늘과 새 땅이 열린다는 변개된 교리에서도 모순이 발견된 신천지. 그러나 당장 신천지에 찾아가 “인 맞은 144,000이 채워졌는데 왜 아무런 변화가 없느냐”고 따져 묻기엔 이른 감이 있다. 신천지 측이 입맛에 맞게 교리를 교묘히 변개해왔기 때문이다.
초기 신천지는 144,000명의 신도가 채워지면, 신천지의 시대가 열리고 신천지 신도들만 구원을 받는다고 주장했다. 시간이 지나 144,000명이 채워질 즈음이 되어선 144,000명이 채워진 이후에 신도가 된 사람들은 “흰무리”라고 칭하며 이들도 구원받을 수 있다고 교리를 변개했다. 그러나 144,000이 훌쩍 넘어서자 신도들 사이에선 신천지에 대한 의심과 불만이 세어 나왔다. 신천지는 2015년 신도 수가 16만 1691명으로 증가하자, 각 지파마다 인 맞은 1만 2000명의 신도로 채워진 144,000명이 구성되어야 구원받게 된다고 다시 교리를 변개했다.
변개된 교리마저 위태한 신천지
▲한국기독교이단상담소협회 구리상담소 측이 제공한 ‘신천지 인원 증가 현황’ |
각 지파별 인 맞은 1만 2000명의 신도를 보유한 144,000이 채워질 때 이루어진다는 구원. 먼 미래의 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신천지는 2009년을 기준으로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왔다. 특히 한국기독교이단상담소협회 구리상담소 측이 제공한 ‘신천지 인원 증가 현황’에 따르면, 신천지는 2016년 말 기준 총 17만 2775명의 신도를 보유하고 있고, 이미 일곱 지파가 1만 2000명이 넘는 신도를 보유하고 있다. 나머지 다섯 지파 역시 각각 1만 597명, 8613명, 4252명, 1만 4명으로 1만 2000명에 다가서고 있다. 신천지 성장세를 고려할 때 지파별로 1만 2000명을 채운 인 맞은 144,000 교리 역시 곧 무너질 것으로 전망된다.
“신천지 12지파 인 맞음 확인 시험” 굳이 왜 쳤나?
필요에 맞게 교리를 변개하지만 신천지의 교리는 어긋나기만 한다. 그런데 왜 신천지는 굳이 ‘신천지 12지파 인 맞음 확인 시험’을 치름으로 트집거리를 만들었을까? 차라리 현 체제를 유지하는 것이 좀 더 현명하지 않았을까? 그러나 신천지 역시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진행한 행사였음을 알 수 있다.
신천지는 지난 한 해 곤경과 곤란의 연속이었다. 되짚어 보면, ▲이만희 척추 수술 ▲김남희 이탈 ▲대법원, CBS <신천지에 빠진 사람들> 공익성 인정 판결 ▲HWPL 행사 대관 불발 ▲허위 신고서 제출로 장충체육관 이용허가 취소 ▲각종 공영방송에서 신천지 비판 ▲19대 대선 네거티브 전략 중 하나로 거론 등 다양한 사건을 치르며 내부 균열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신천지는 급한 대로 ‘전 성도 포교의 날’을 대선 중간과 김남희 퇴출 이후에 각각 진행하며 신도들을 통제하려 했다. 하지만 내부 잡음을 다잡기엔 어려움이 있었다. 조금 더 강력한 통제가 필요했다. 결국 신천지는 신도들에게 가장 예민한 ‘신천지 12지파 인 맞음 확인 시험’을 꺼내 들 수밖에 없었다. ▲신천지 12지파 인 맞음 확인 시험을 진행 중인 신도들(좌) 신천지 12지파 인 맞음 확인 시험 브로슈어(우) |
신천지 탈퇴자는, “신천지 12지파 인 맞음 확인 시험 이후 신도들은 더 혼란스러워하고 있다”고 밝혔다. “제사장은 하나님만이 아시기 때문에 그 날이 이를 때까지 묵묵히 신천지에 충성해 왔는데, 단순 암기로 제사장의 여부를 결정한다는 것에 허탈함을 느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신천지 핵심교리의 모순이 가시화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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