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락교회 탈퇴 후 찾은 평범한 일상
-
- 어라? 행복하게 신앙생활해도 되네!
- 현대종교 | 조민기 기자 5b2f90@naver.com
-
2022.02.10 10:41 입력
■ 2016년 예장통합 특별 사면 기간 중 베뢰아 교리 부정한 김성현의 모습에 충격 ■ 개혁 외친 신도에게 신천지 프레임 씌워 매도한 성락교회 ■ 성락교회 남아있는 신도들과의 관계로 고민 많았지만 자녀들 생각해 탈퇴
성락교회 원로감독 김기동씨의 X파일 사건으로 탈퇴를 결심한 주은빈(가명)씨. 대학교 때 어머니를 따라 교회에 간 것이 신앙생활의 첫 시작이었다. 신앙생활을 이어가며 수련회를 통해 하나님은 살아계신다는 확신이 생겼다. 그렇게 자라난 믿음은 과도한 헌금도, 개인 일상 없이 오직 성락교회에만 충성하는 삶도 당연하게 받아들이게 했다. 주변에서 성락교회가 ‘이단’이라며 우려를 했지만, 의인이 받는 핍박이라 생각하며 이겨냈다. 그런 주씨가 성락교회를 떠난 이유는 무엇일까.
베뢰아 교리를 버린 김성현
탈퇴의 계기는 2016년 8월 성락교회 청년부 수련회 때의 일이다. 강사로 나섰던 김기동씨의 아들이자 감독인 김성현씨가 성락교회의 핵심 사상인 ‘베뢰아 교리’가 잘못되었다고 주장했다. 당시 예장통합 측이 100회기를 맞아 이단 특별사면을 받고 있었는데, 이 조건에 맞추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앞으로 베뢰아 관련 서적을 보기 위해선 교회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베뢰아 교리는 성락교회의 자부심이었고, 이단이라고 손가락질받는 상황을 이겨내는 힘이었다. 그런 베뢰아 교리를 후임 대표자가 하루아침에 잘못되었다고 설파하니 큰 충격이었다. 지금까지 내가 무엇을 믿어온 것일까. 베뢰아 교리를 신뢰하며 헌신해온 내 삶이 잘못되었던 것일까. 수많은 감정이 교차했다. ▲예장통합 측이 실시한 특별사면에 신청한 김성현씨 (왼쪽에서 세 번째) |
김성현씨의 폭탄선언은 성락교회 청년부 안에서도 논란이 되었다. 교회 차원에서 수습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는지, 수련회 이후 교역자들이 설교를 요약한 노트를 공유했다. 문제는 설교 요약 노트엔 김성현씨가 주장한 것과 전혀 다른 내용이 담겨있었다. 교역자들에게 내용이 다르다고 문의했더니, “너희들이 잘못 이해한 거야”라며 호통을 쳤다. 이후 10월경 김성현씨가 주일 예배 때 나와, 본인은 “베뢰아 교리를 부정한 적이 없다”며 입장을 번복했다. 주씨는 교회와 김성현씨가 교인들을 속이고 있다는 판단이 섰다.
문제 제기한 신도는 신천지?
답답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이고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소연이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에 개인 블로그에 성락교회 현황을 글로 정리해 올리기 시작했다. 내용이 쌓이다 보니 성락교회를 검색하면 주씨의 블로그가 상단에 노출되기 시작했다. 그러던 찰나 김기동씨의 성적인 문제와 재정이 투명하지 않다는 내용이 담긴 X파일 사건이 수면위로 떠올랐다. 한 시사 고발 프로그램에서는 X파일을 바탕으로 방송을 내보내기까지 했다. 자연스럽게 성락교회 문제가 세간에 주목받았고, 동시에 주씨가 정리한 블로그 글이 수많은 사람에게 노출되었다. 주씨와 같이 성락교회에 대한 모순을 곱씹으며 답답해하던 신도들이 블로그에 찾아와 댓글을 남기기 시작했다. 신도들의 기억이 블로그에 쌓이다 보니, 김기동과 김성현 그리고 성락교회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확실히 알 수 있게 되었다.
덕분에 성락교회의 개혁을 바라는 신도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성락교회가 다시금 투명하게 운영되길 바라는 마음에, 자발적 헌금 보이콧 운동이 시작되었다. 재정에 타격이 와서일까 성락교회도 나름의 대처가 있었다. 성락교회 측은 여러 신도들에게 알고 보니 주씨가 “신천지였다”며 거리를 두고, 주씨가 운영하는 블로그에 접속하지 말라는 내용의 공문을 내렸다. 다행히 주씨와 가깝게 지내던 지인들이 이러한 사실을 알려줬다. 주씨는 신도들에게 본인이 성락교회를 위해 헌신한 내용과, 지금까지 헌금한 내역을 공개하는 방식으로 오해를 풀었다.
교주의 호화로운 사생활
입장이 난처해지자 성도를 신천지로 매도해 위기를 모면하려는 성락교회의 모습에 주씨는 더 크게 실망했다. 그러면서 이곳이 진리가 아닐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일을 계기로 주씨는 성락교회를 보다 객관적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주씨가 의문을 품은 것 중 하나는 재정의 문제였다. 성락교회 측은 이 땅의 무의미한 것에 매몰되지 말고 하늘 소망을 품으라며 헌금을 강요했었다. 물질은 악하고, 부자는 올바른 신앙인이 아니라고 가르쳐왔다. 배운 내용을 믿고 주씨는 특별 헌금, 작정 헌금, 감사 헌금, 받은 급여의 전액을 헌금하는 의미의 ‘헌신’ 등 다양한 명목의 헌금으로 재정을 흘려보냈다. 커피를 마시거나,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도 죄책감을 느낄 정도로 순종했다. 한편으로 반 강압적이기도 했다. 신도들 사이에서 헌금하지 않는 것을, 심지어 알맞게 소유하는 것 자체를 죄악시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서로가 서로를 감시하는 그런 체제였다.
▲김기동의 윤리적 문제를 지적한 PD수첩 (MBC) |
이런 신도들과는 달리 김기동 김성현 부자의 생활은 여유로워 보였다. 신도들에게 보여야 하는 위치에 있어 항상 깔끔하게 다니는 것이라 생각해 봤지만, 도가 지나쳤다. 두 사람 모두 온몸을 명품으로 치장했고, 김성현의 자녀는 고급 브랜드의 옷을 입고 유명 인사와 와인 파티를 즐겼다. 앞뒤가 맞지 않는 모습에 허탈감과 함께 의심은 깊어져 갔다. 재정과는 별개의 문제이지만, 성락교회에서 예배 중계를 하는 분께서 김성현씨가 1부, 2부, 3부 각 예배 때 동일한 분과 초에 눈물을 훔치더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러한 모순되는 해프닝들을 하나둘 떠올려보니 이곳이 가짜라는 확신이 들기 시작했다.
남아있는 신도들과의 관계로 탈퇴 쉽지 않아
탈퇴를 결심했지만, 마지막까지 고민되었던 것은 그곳에 남아있는 동지들과의 이별을 감수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청년 시절부터 결혼하기까지 모든 삶을 성락교회와 함께해 왔기에, 이곳을 벗어난 지인이 없었다. 내 삶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많은 고민이 있었지만, 지금 이 굴레를 끊어내지 않으면 내 자녀가 이 고통에 참여해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을 굳혔다. 다행인 것은 탈퇴를 결심한 이후에 붙잡는 사람이 없었다는 점이다. 성락교회가 계속해서 이단으로 비판받아왔고, 잊을만하면 떠오르는 김기동씨의 윤리적 문제로 신도들의 이탈이 주기적으로 있었던 터라 내성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
주씨는 탈퇴를 하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 중 하나로, 가장 친하게 지내던 사람을 두고 떠난 일을 꼽았다. 탈퇴를 결심한 주씨는 친한 지인에게 함께 떠나자고 제안했다. 다 잘못된 것 알지 않느냐, 자녀들을 생각해서라도 이제 정리하자고 호소했다. 그러나 지인은, “나도 여기가 잘못되었는지 안다. 그런데 내가 나가게 되면 평생을 이 교회에 헌신한 부모님의 삶을 부인하게 되는 것 아니냐”라며 거절의 뜻을 전했다. 서로가 어떻게 신앙생활을 해왔는지, 어떤 부분이 힘든지 잘 알았기에 그저 눈물로 마지막 인사를 나눌 수밖에 없었다.
탈퇴 이후 행복해
우여곡절 끝에 성락교회와 단절했다. 더 이상 나와 내 가족이 있을 곳이 아니라고 생각해서다. 인간적인 마음에 그곳에서 보낸 청춘과 헌금이 아깝게 생각되기도 했다. 그러나 내가 선택했고, 내가 잘못된 것을 배웠고, 주변의 만류가 있었음에도 듣지 않은 내 실수였다. 말 그대로 스스로 발등을 찍은 거다. 속은 상하지만 미련을 두기보다 모든 것을 버리고 온다는 마음을 먹었다. 저마다 탈퇴한 이후의 마음가짐이 다르겠지만, 주씨는 그렇게 마음을 정리했다. 그리고 새로운 교회를 찾기 시작했다. 허무한 마음에 신앙생활을 정리할 수 있었지만, 하나님께서는 분명 살아계신다는 믿음이 주씨를 붙들었다.
성락교회에서 받은 상처로 인해 새로운 교회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또 성락교회 탈퇴자를 환영할 교회가 잘 없을 거라는 우려도 있었다. 우선 주씨는 성락교회에서 받은 상처가 떠오르지 않게 조용히 신앙생활을 할 수 있는 지극히 평범한 교회를 찾았다. 그러던 중 마음이 끌리는 교회를 만났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담임목사님께 본인의 상황을 하나하나 설명하고 양해를 구했다. 감사하게도 담임목사님은 환영하셨고, 많은 배려를 해주셔서 행복하게 신앙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이제는 당당하게 섬기는 교회를 밝힐 수 있고, 무리한 헌금에서 벗어나 편하게 커피와 디저트를 즐길 수 있다.
성락교회 탈퇴 이후 연신 행복하다고 고백하는 주은빈씨. 주씨는 아직까지 성락교회에 남아있는 신도들이 “조금만 객관적으로 본인의 상황을 바라보면 좋겠다”며 “주변 사람들이 이단, 사이비라고 비판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귀 기울이면 좋겠다”고 전한다. 끝으로 주씨는 “성락교회가 받는 핍박은 예수님께서 받으신 핍박과 결이 다르다”며 “예수님께서는 선한 일을 하시는 중에 핍박을 받으셨고, 성락교회는 잘못된 교리와 비윤리적인 문제로 지탄을 받는 거다. 이것을 잘 분간하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 Copyrights ⓒ 월간 「현대종교」 허락없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