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이라는 이름의 동네 미용실이 있다. 그곳의 단골이 된 지는 1년쯤 된 듯싶다. 이름처럼 그냥 내키는 대로 지은 건진 잘 모르겠지만 부르면 부를수록 나름 정감이 있다. 더 이상의 변화 없이 그 상태 그대로, 내지는 그런 모양으로 줄곧의 의미가 담겨 있는 이름의 미용실은 다른 변화 없이, 한결같은 마음으로 손님을 대하고자 하는 소소함을 무기로 여러 이들을 단골로 만들었다.
# 장면 1
모 언론에 소개된 이동원 목사의 간증을 통해 지구촌교회의 여러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었다. 그중 이 목사의 은퇴비 관련한 내용이 눈에 띄었다. 2010년 교회에서 원로 목사 은퇴비 책정의 의견 일치를 보지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에 이 목사는 ‘교회에서 매월 생활비가 제공되고 교회에서 제공한 사택도 있으니 은퇴비를 거절하겠다고, 부디 목회의 결론이 돈 이야기가 되지 않도록 도와달라’고 관계자들에게 간청했다고 한다. 이후 물질과 상관없이 은퇴할 수 있었던 것에 감사하다며, 그렇다고 모든 목회자가 자신처럼 은퇴할 필요는 없으나 목회의 결론 지점에 돈의 시비로 목회가 얼룩지지 않았으면 한다는 마음을 전했다.
이전에도 몇몇 목회자들이 은퇴하면서 이와 비슷한 결론으로 아름답게 퇴장한 이야기들을 기억한다. 그 일이 칭찬받아야 할 일이라고 말하고 싶어서는 아니고, 또는 이단 대처와 상관이 있는 것도 아니나 그때나 지금이나 그 같은 이야기들을 들으면 왠지 모르게 없던 힘이 생기곤 한다.
# 장면 2
반대로 있던 힘도 빠져버린 최근 기사 하나를 소개하자면 여의도순복음교회 창립자인 고 조용기 목사의 세 아들이 어머니 고 김성혜 전 한세대 총장의 유산을 두고 상속 분쟁을 벌인 일이다. 어머니의 유언대로 셋째 아들이 더 많은 유산을 물려받자 장남과 차남이 손잡고 유언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은 기각되었다.
물론 이들의 유산 관련해서는 전혀 관심 없다. 문제는 그들의 부모가 한국교회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인물인데도 자녀들은 나름의 존경 따위와 신앙의 유산은 ○나 줘버리라는 듯 신앙 아닌 물질 따위에 이리 목숨 걸고 싸우고 있으니 답답함을 넘어 오만가지 생각이 든다. 수없이 되풀이 되는 문제가 또다시 드러나고 만 것은 지난 잘못을 고치지 못하고 시간만 흘려보냈기 때문이리라. 이러니 교회가 아무리 귀하고 선한 일을 해도 세상 손가락질에서 벗어나질 못하지 싶다.
# 장면 3
그에 비해 본지는 선친에게서 신앙과 믿음의 유산 외에 물려받은 것이 없는 것을 다행으로 여겨야 할지 모르겠다. 이제 내년이면 선친의 30주기다. 여전히 선친 사건의 실마리는 보이지 않으나 하나님께서 분명하게 해결점을 주실 것이라 믿으며, 그저 떠난 선친을 때마다 기억하고, 남아 계신 모친과 이따금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래본다.
감사한 것은 김해와 익산의 어머니들께서 아들(사위)이 ‘늘 처음처럼’의 맘을 품고 끝까지 사역 잘 감당하길 바라는 기도 제목을 안고 새벽마다 두 손을 모으고 있기에 그동안 큰 말썽 없이 사역을 잘 지탱해 왔다고 믿는다. 위 제목과 두 어머니의 기도처럼 끝까지 좋을 수 있도록 올해의 남은 시간과 내년에도 더욱 노력하고자 한다.
더불어 한 해 동안 부족한 이의 글을 간절한 맘으로 봐주시고, 함께해 주셔서 여전히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내년에도 모든 계획을 하나님께 다 맡기고, 그저 건강하게 살다가 부끄러움 없는 모습으로 기쁘게 다시 만날 수 있길, 아울러 1년 동안 참으로 수고들 많으셨을 테니 우리 아기 예수와 함께 행복한 성탄과 연말 되시길 바란다.
우리네 인생이 버거운 삶이긴 하나 위의 이름처럼 ‘그냥! 그렇게!’ 늘 한결같은 마음으로 잘들 살아가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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