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론
국 사회 역시 이단 문제를 개인의 종교 문제에 한정하기보다 사회적 피해 예방과 피해자 회복의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나아가 정부와 시민사회, 종교계가 협력하는 피해 예방 및 피해자 지원 중심의 통합적 대응체계 구축의 필요성을 보여준다.2)2. 프랑스 내 한국 이단 확산 배경(1) 프랑스 종교 환경과 정교분리(라이시테, Laïcité) 원칙역사적으로 서구 국가들은 기독교라는 공통된 종교적·문화적 배경 속에서 정치와 종교의 유착으로 인한 폐단을 경험하면서 정교분리 원칙을 제도화해 왔다. 한국을 비롯하여 프랑스, 미국, 독일 역시 헌법상 정교분리 원칙을 명시하고 있다.3)프랑스는 16세기 종교개혁 이후 개신교와 가톨릭 간의 갈등이 장기화되었다. 개신교를 향한 프랑스 국교였던 가톨릭의 관용과 탄압의 역사는 종교문제에 대한 국가 권력의 개입이 사회적 균열을 심화시킬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4) 이러한 역사적 경험 위에 17~18세기 계몽주의는 이성을 바탕으로 한 신앙의 자유와 종교적 관용, 교권으로부터의 해방을 요구하게 되었다.장자크 루소(Jean-Jacques Rousseau, 1712-1778)는 타인의 권리와 자유를 침해하는 자유는 정당화될 수 없다는 시민 종교 이념을 제시하여 정교분리의 사상적 토대 형성에 영향을 주었다.5) 1789년 프랑스대혁명의 「인간과 시민의 권리선언」은 개인의 권리와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국가의 정당성이 종교적 근거에서 도출되지 않는다고 하여 같은 문제의식을 공유하였다.6)이후 제3공화국 시기에는 가톨릭교회의 정치적 영향력을 약화시키는 제도적 개혁이 추진되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프랑스는 1905년 「교회와 국가의 분리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여 국가의 종교적 중립성과 종교의 자유를 명확히 규정함으로써 ‘라이시테’라는 프랑스식 정교분리 원칙을 법적으로 명문화하고 제도적 틀을 확립하였다.이와 같이 프랑스의 라이시테는 종교의 자유와 국가의 중립성을 보장하는 원칙에 기반하고 있다. 그러나 종교 활동이라 하더라도 개인의 자유와 인권을 침해하거나 공공질서를 위협하는 경우에는 국가가 개입할 수 있으며, 이러한 배경 속에서 종파적 일탈에 대한 감시와 대응 체계가 발전하게 되었다.(2) 프랑스 사회의 종교 지형 변화와 취약성현대 프랑스 사회는 전통 종교의 영향력이 약화되는 가운데 종교적 다양성이 확대되는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프랑스의 대표적인 여론조사 기관인 입소스(IPSOS)의 2017년 보고서에 따르면, 15세 이상 프랑스 인구의 3.1%가 개신교 신자이며, 가톨릭(57.5%), 기타 종교(3.5%), 무종교(35%) 순의 분포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7) 역사적으로 가톨릭은 프랑스 사회의 주요 종교로서 정치·문화 전반에 큰 영향을 미쳐 왔으나, 프랑스대혁명 이후 정교분리 원칙이 제도화되는 과정에서 교권이 크게 약화되었고, 종교의 공적 영향력은 점차 축소되었다. 오늘날에도 많은 프랑스인이 자신을 가톨릭 전통에 속한 것으로 인식하지만 실제 종교 참여율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개신교는 16세기 종교개혁 이후 상대적으로 소수 종교의 위치를 유지해 왔으나 최근 복음주의 교회를 중심으로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프랑스 복음주의 교회의 70% 이상을 대변하는 ‘프랑스 복음주의 국가협의회(CNEF)’의 보고에 의하면, 현재 프랑스 내에 2700개의 교회와 약 74만 5000명의 복음주의 개신교인이 활동 중인데, 이는 1950년 대비 무려 11배나 급증한 수치이다.8) 또한 이민의 증가와 사회 구성의 변화에 따라 이슬람은 프랑스 내 두 번째 규모의 종교로 자리 잡았으며, 아울러 유럽 최대 규모의 유대인 공동체 역시 프랑스 사회의 중요한 구성 요소를 형성하고 있다. 이처럼 현대 프랑스는 다양한 종교와 신념 체계가 공존하는 종교 다원화 사회로 변화하고 있다.이러한 종교 지형의 다변화 속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프랑스 사회의 구조적 특징은 전반적인 세속화의 심화와 전통 종교의 공동체적 영향력 약화이다. 프랑스 국립통계 및 경제연구소(INSEE)의 2019~2020년 조사에 따르면 18세에서 59세 사이의 프랑스 거주자 중 절반이 넘는 53%가 ‘무종교’라고 응답하였다.9) 이는 종교적 소속감보다 개인의 자율성과 합리성을 중시하는 경향이 증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변화는 전통 종교가 제공하던 공동체적 유대와 사회적 지지 기능의 약화로 관계적 취약성을 초래할 수 있다. 전통 종교의 영향력이 감소하는 가운데 일부 개인들은 새로운 소속감과 정체성, 삶의 의미를 제공하는 공동체를 찾게 된다. 특히 사회적 고립이나 관계적 결핍을 경험하는 사람들은 문화 활동, 자원봉사, 자기계발 프로그램, 영성 운동 등을 통해 새로운 공동체에 참여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이러한 상황은 특정 단체가 돌봄과 관계 형성을 명분으로 접근할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을 제공하기도 한다.프랑스는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는 국가이지만, 개인의 자유와 인권을 침해하거나 심리적·경제적 종속을 유발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종파적 일탈’로 규정하여 사회적 문제로 인식한다. 따라서 프랑스 사회의 종교적 취약성은 특정 종교의 존재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종교적 또는 비종교적 단체가 개인의 취약성을 이용하여 종속과 착취를 초래할 가능성에 있다. 종교 다원화와 세속화가 공존하는 현대 프랑스 사회는 새로운 문화와 공동체에 대한 개방성을 갖는 동시에, 종파적 일탈의 위험에도 노출될 수 있는 환경을 형성하고 있다. 이러한 취약성은 한류를 매개로 접근하는 일부 한국 이단들의 활동 공간을 확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3) 프랑스 내 한류의 확산과 한국 이단의 접근프랑스는 과거 국가 주도의 문화 보존 및 동화주의 모델의 한계를 극복하고, 현재는 문화적 획일화를 지양하는 ‘문화적 다양성’과 ‘상호문화주의’를 핵심 가치로 삼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아시아 문화에 대한 관심 증가로 이어졌으며, 한국·중국·일본 등 동아시아 문화는 프랑스 사회에서 중요한 문화적 영향력을 형성하게 되었다.프랑스의 아시아 문화 수용은 17~18세기 중국풍 예술인 시누아즈리(Chinoiserie), 19세기 자포니즘(Japonism) 등 비유럽 문화 현상을 통해 더욱 확대되었다.10) 11) 이후, 프랑스는 식민지 경험과 학술 교류, 이민 사회의 형성을 통해 아시아 문화와 지속적으로 접촉해 왔다. 특히 20세기 후반 이후 아시아 국가들의 경제 성장과 글로벌 미디어의 발달은 아시아 문화를 대등한 교류 주체로 인식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한국 문화에 대한 프랑스의 관심 역시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19세기 말 프랑스어로 『춘향전』과 『심청전』을 번역하여 출간하였다.12) 이후 한국문화원 설립과 순수 예술 교류를 통해 문화 산업 강국으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해 왔다. 최근에는 초기 K-Pop 중심의 마니아층 문화에서 출발한 한류는 이제 K-Drama, K-Movie, K-Literature, K-Food, K-Beauty 등으로 범위를 넓혔다. 특히 디지털 미디어와 자발적 팬덤을 기반으로 초국가적 대중성을확보하며 프랑스 젊은 세대의 라이프스타일 전반에 깊숙이 스며들고 있다. 또한 콘텐츠 소비를 넘어 한국어 학습 수요의 증가와 한국 여행(가이드북 ‘KVoyage’ 출간 등)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특히 한국어 학습자들은 한국의 역사와 사회적 가치관까지 깊이 이해하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13) 낭트 ‘한국의 봄’ 축제, 아비뇽 국제연극제 지원 등 비수도권 확산은 물론, 파리 중심의 ‘Korea Expo’, 백화점 팝업 행사 등을 통해 일상적 접점을 넓혀오고 있다. 2026년 한불 수교 140주년을 맞이하여 문화적 다양성과 평등성을 상호 인정하는 대규모 기념행사를 진행하며 교류의 정점을 맞이하고 있다.14)프랑스 사회의 높은 문화적 개방성과 상호문화주의적 흐름은 한국 문화의 위상을 높이는 데 기여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긍정적 환경 이면에는 한국의 이단들이 한국어 교육, 문화 교류, K-Culture 행사, 봉사활동 등 문화 콘텐츠를 포교 수단으로 활용하는 ‘종파적 일탈’의 위험성이 공존한다. 따라서 향후 문화 교류 지원 체계 구축 시, 이러한 부작용에 대한 구체적인 실태 파악과 예방책 마련이 함께 요구된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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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 글은 백해정 목사의 부산장신대학교 석사학위 논문 “프랑스 한국 이단 확산 및 대응 연구: 한류와 Miviludes 사례를 중심으로”(지도교수 탁지일)를 요약 정리한 것이다. 미빌루데스는 문제적 종교에 대응하기 위한 프랑스 정부 조직이다. 백해정 목사는 총회(통합) 파송 프랑스 선교사다.
2) Ministère de l'Intérieur, “Qu’est-ce qu’une dérive sectaire?,” Grands dossiers, February 28,
2024,https://www.interieur.gouv.fr/actualites/grands–dossiers/letat-mobilise-contre-derivessectaires/quest-ce-quune-derive-sectaire?utm_source=chatgpt.com. accessed June 4, 2025. 본 논문에서 ‘종파적 일탈’은 미빌루데스의 정의에 따라, “특정 개인에게 심리적 또는 신체적 종속 상태를 형성·유지·악용하여 자유 의지를 약화시키고 당사자 및 주변인, 나아가 사회에 해로운 결과를 초래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3) 이상조, “정교분리의 관점에서 본 교회와 국가의 관계에 대한 비판적 성찰: 미국, 프랑스, 독일을 중심으로,” 「선교와 신학」 49(2019), 402; 지규철, “프랑스 헌법에서의 라이시떼(laïcité, 비종교성) 원칙에 관한 고찰,” 「공법학연구」 10/3(2009), 44. 1905년 제정된 「교회와 국가의 분리에 관한 법률」 제1조와 제2조는 “공화국이 공공의 질서를 저해하지 않는 한 양심의 자유와 예배의 자유를 보호하고 보장하며(제1조), 어떠한 종교도 공인하거나 급여 및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음”을 명시하고 있다.
4) 성원용, 『위그노처럼: 위그노에게 배우는 10가지 교훈』 (파주: 국민북스, 2021), 41-50.
5) 박종균, “루소의 ‘시민의 종교’ 비판에 관한 일고,” 「장신논단」 54/3(2022), 143-45.
6) 성정엽, “헌법의 ‘정교분리의 원칙’의 의미,” 「법학논고」 70(2020), 5.
7) Claire Bernole, “Sondage <> (1): qui sont les protestants?, ”Réforme. October 26, 2017, https://www.reforme .net/societe/sondage-les-protestantsen-france-en-2017-1-qui-sont-les-protestants/.accessed June 10, 2025.
8) Redaction Réforme avec AFP, “Le Cnef revendique 2700 églises et 745,000 pratiquants en France,” Réforme. June 6, 2022, https://www.reforme.net/societe/le-cnef-revendique-2-700-eglises-et-745-000-pratiquants-en-france. accessed June 10, 2025.
9) INSEE, “La diversité religieuse en France: transmissions intergénéra-tionnelles et pratiques selon les origines” (Montrouge: Insee Références, 2023), 42.
10) 신상철, “19세기 말 프랑스 박물관 역사와 아시아 콜렉션: 동양 예술에 대한 새로운 인식,” 「미술사학」 22(2008), 144.
11) 신상철, “19세기 프랑스 박물관에서의 동양 미술품 수용 역사: 앙리 체르누스키의 동아시아 여행과 파리 시립 아시아박물관의 설립 과정에 관한 고찰,” 「박물관학보」 1/38(2020), 8.
12) 송태현, “『춘향전』의 프랑스 역본 『향기로운 봄』의 문화적 의의,” 「세계문학비교연구」 64(2018), 6. 프랑스는 19세기 중·후반 무렵부터 한국문화에 관심을 가지고 이를 연구하고 수용하려는 시도를 해왔다. 한 예로 19세기 말에 프랑스어로 번역된 『춘향전』은 『향기로운 봄(Printemps parfume)』이란 제목으로 1892년에 출간되었다. 이 번역 작품은 프랑스 작가인 로니(J.-H. Rosny)가 파리의 기메 미술관(Musee Guimet)에 근무하던 한국인 홍종우의 도움을 얻어 출간한 소설이다. 홍종우는 프랑스 체류 기간(1890년 12월-1893년 7월) 동안에 기메미술관에 근무하면서 미술관 업무와 함께 한국 고전 번역에 힘썼다. 그는 『춘향전』에 이어서 『심청전』을 번역하였는데, 이 책은 1895년에 『향기로운 봄(Printemps parfume)』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다.
13) 신근수, “《이번엔 K-여행이다》… 프랑스 청년들의 한국 방문 러시,” 프랑스존, 2024년 7월14일, https://www.francezone.com/news/articleView.html?idx no= 2436174. 2025년 7월1일 접속.
14) 이종수, “한국문화 해외홍보의 새로운 실험: 주프랑스 한국 문화원의 〈낭트시 ‘한국의 봄’ 축제〉 사례 연구,” 313.- Copyrights ⓒ 월간 「현대종교」 허락없이 무단 전재 및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