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팔인가 ‘나팔’이라고 하면 오늘날 트럼펫 같은 것은 떠올리지만, 요한계시록이 기록된 당대를 반 영하자면 저자는 아무래도 짐승의 뿔로 만든 나팔을 염두에 두었을 것이다. 그것은 전장에 서 군대의 동선을 이끄는 제반 신호 수단으로 긴요하게 사용되었다. 묵시문학에서‘나팔’ 의 이미지는 종말의 결정적인 순간을 적시하거나 심판의 선포를 알리는 상징적 기표이다. 청아하게 울리는 우렁찬 나팔소리는 신적인 메시지를 담고 인간세상, 아니 자연계까지도 포함하여 경계를 넘어 폭넓게 퍼져나가게 마련이다. 그것은 엄중한 경고의 메시지이지만 동시에 절박한 마지막 기회를 신호하는 안쓰러운 각성의 메시지이기도 하다. 요한계시록 8장 6절~10장 11절은 바로 이 나팔소리를 매개로 한 심판의 재앙을 묘사하고 있다. 이전의 구절에서 심판의 메시지는 일곱 봉인을 떼는 신호와 함께 점진적으로, 그 심판을 부분적으로 유예시키면서, 그러나 걷잡을 수 없이 폭넓게 선포되었다. 네 종류의 색을 지 닌 말들을 통해 전쟁과 기근, 그로 인한 죽음의 재앙이 이 땅을 뒤덮는 암울한 전조가 예시되었다. 여섯째 봉인과 일곱째 봉인 사이에는 일종의‘숨 고르기’차원에서 이 재앙을피해갈 구원받은 백성 십사만 사천 명의 희망찬 광경이 묘사되었고, 일곱째 인을 떼는 장면에서는 일곱 나팔의 재앙을 암시하는 복선으로 일곱 천사가 등장하였다. 아울러, 그 재앙의 예비 작업으로 성도의 기도를 담아 올라간 향연(香煙)이 후속 재앙을 위한 일종의 신학적‘재료’로 묘사되었다. 마침내 일곱 천사의 일곱 나팔 재앙은 그 향로에 제단의 불을담아 땅에 쏟으면서 발생한다. 향로의 불은 땅에 쏟아지면서‘우레와 음성과 번개와 지진’을 몰고 온다. 이른바 신성의 현현(theophany)을 표상하는 전형적인 소재들이다. 그렇게분위기를 잡은 신적인 위엄이 장엄한 서곡으로 울려 퍼지면서 일곱 나팔을 가진 일곱 천사가 나팔을 불기 시작한다.
이 기사는 현대종교 2009년 5월호의 일부입니다.기사의 전문은 유료회원 가입 후 PDF 파일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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