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선명 사망 5주년 행사 현장(출처: 「데일리한국」) |
‘문선명 사망 5주년 행사’가 지난 9월 7일 경기도 가평군 청심평화월드센터에서 개최됐다. 행사엔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총재 한학자, 통일교) 자체 추산, 약 3만여 명의 신도 및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행사는 5년 전과 큰 차이 없이 기념식, 축복결혼식, 문화공연 등의 순서로 진행되었다. 자칫하면 연례행사로 전락해버렸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5년간 진행되어온 행사의 흐름을 살펴볼 때, 문선명의 빈자리가 점점 커져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문선명 사망 5년 ··· 빈자리 커
▲제1회 CARP e-스포츠 페스티벌 홍보 포스터 (출처: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용인가정교회) |
통일교 측은 “문선명 천지인참부모 천주성화 5주년 성화축제”란 거창한 이름을 붙였지만, 문선명이 세상을 떠난 지 만 5년이 되어버린 게 현실이다. 문선명이 세상을 등진 통일교는 위태하기만 하다. 아들 문형진과 어머니 한학자는 실권을 놓고 아직까지 이를 갈고 있다. 아들은 어머니를 향해 “바벨론의 음녀”라 비난했고 어머니는 아들에게 “패륜아”라고 일갈했다. 집안싸움이 계속 이어졌지만, 정통을 따르는 문형진 측에 신도들의 마음이 동했던 게 사실이다. 실제로 적게는 수십, 많게는 수천 명의 신도들이 집단으로 이탈했다.
해외 포함 수십만 명의 신도를 보유하고 있는 한학자 통일교가 수천 명의 신도를 문형진 통일교로 잃는다 해도 큰 타격을 받진 않는다. 하지만 “정통 통일교”를 외치는 문형진 측에 한학자 곁을 지켜왔던 고위 간부들마저 등을 돌린 점이 관전 포인트다. 영향력 있는 간부들이 돌아서자 한학자를 따르던 기존 신도들은 혼란스러워했고, 한학자 통일교의 근간이 흔들릴 위기에 처했다. 늦은감이 있지만, ‘민심잡기’에 나섰다. 한학자 통일교는 ‘문선명 사망 5주년 기념’을 꼬리표로 한 ▲제1회 CARP e-스포츠 페스티벌 ▲2017 전국 성화 PEACE CUP ▲신앙수기 공모 ▲2017 孝情 CARP 대동제(체육대회) ▲참부모선포승리보고대회 ▲참부모님 생애업적 전시회 등을 통해 각종 상품과 상금을 지급하며 신도들의 마음과 신앙을 잡으려 했다.
한학자 신격화
문선명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한학자 통일교는, 한씨의 신격화에 박차를 가했다. 통일교 내 신으로 불리는 문선명의 카리스마에 끌려왔던 통일교 신도들에겐 ‘포스트 문선명’이 절실했기 때문이다. 한학자 통일교는 문선명 사망 1주년을 시작으로 한씨를 ▲참어머님 ▲참부모님 ▲독생녀 ▲메시아 ▲하나님 등 점진적으로 신격화시켜왔다. 문선명 사망 5주년을 기념해선, 문선명을 “하늘부모님”, 한학자를 “참부모님”으로 호칭을 정리해 땅에서 진행되는 사업에 관한 모든 주권을 한학자에게 승계했다. 과정이야 어떻든 한학자는 통일교의 모든 권한을 쥐어진 절대 주권자가 되었다. 이 외에도 한학자 통일교는 『참어머님 말씀선집』을 발간하며, 한씨를 ‘포스트 문선명’으로 만들어갔다. 한학자 역시 본인의 신격화에 동참했다. 문선명 사망 5주년 기념 초종교국제세미나에서 “6000년 만에 하늘은 한민족을 통해 독생녀를 탄생시켰습니다. 책임을 다하신 독생자와 독생녀는 성혼하여 참부모가 되었습니다”라며 스스로를 칭송했다.
▲「천일국 Weekly News VISION2020 제 176호(특집3호)」를 통해 소개된 언론보도 종합보고 |
언론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통일교
분명한 건 한학자 통일교에겐 문선명이 없어도, 자신들이 건재하다는 걸 보여줘야 하는 부담이 있었다. 일각에서, 아직까지 정리되지 않은 내부 서열정리를 바라보며 통일교가 곧 몰락할 것이란 전망을 쏟아냈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통일교는 한학자 신격화 외에 또 다른 방편으로 언론 홍보에 집중했다. 특히 문선명 사망 5주년을 앞둔 8월 30일 통일교 한국회장 유경석씨는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통일교의 각종 굵직한 행사들을 소개했다. 그 결과 AP통신, 로이터, KBS, SBS, MBN, 「세계일보」, 「동아일보」, 「문화일보」 등 국내외 수많은 언론들이 문선명 사망 5주년 행사를 중심으로 통일교의 각종 행사들을 기사로 쏟아냈다. 나아가 통일교는 “어느 때보다 뜨거운 관심을 보이며 기념행사를 취재 · 보도했다”며 통일교 주간지 「천일국 Weekly News VISION2020 제 176호(특집3호)」를 통해 소개하고, 흔들리는 통일교에 대한 의혹을 정리함과 동시에 신도들의 눈과 귀를 막았다.
▲문형진 통일교 측이 개별적으로 진행한 문선명 사망 5주년 행사 모습 (출처: 유튜브) |
문형진 통일교, 문선명 사망 5주년 별도 진행
한학자 통일교가 어떻게 실권을 이어가든, 문형진씨는 7월 17일 미국 펜실베니아주 생츄어리처치에서 문선명 사망 5주기 기념식을 개별적으로 진행했다. 한학자 통일교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기념식엔 문형진 통일교를 따르는 각국 200여 명의 신도들이 참석했고, 인터넷을 통해 생중계되었다. 문형진 통일교는 지난해와 같이 엄숙한 분위기 속에 행사를 진행했다. 그간 문형진 통일교는 문선명 사망 행사에만 집중했지, 한학자 통일교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그러나 5주년 행사에선 문형진씨가 강단에 올라와, 통일교의 참 후계자는 본인임을 강조했고, “바벨론 음녀의 역사 앞에 온 세계가 심판의 길을 걷고 있다”며 한학자 통일교를 맹비난했다.
5년간 진행된 문선명 사망 행사는 한결같이 내부갈등의 공방전을 보여주고 있다. 문선명의 빈자리가 크다는 방증이다. 신격화를 통해 자리를 지키려는 한학자. 정통 통일교를 주장하는 문형진. 그 누구도 양보할 생각은 없어 보인다. 결국 포스트 문선명은 세워지지 않았고, 신도들은 혼란스럽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