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 4월호에서 보도한 바와 같이 일본 도쿄고등법원(도쿄고등재판소)은 2026년 3월 4일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世界平和統一家庭連合, 통일교)에 대한 해산 명령을 유지한다고 판결했다. 이에 따라 통일교는 종교법인으로서의 법적 지위를 상실하게 됐다. 하지만 해산 명령이 내려졌다고 해서 통일교의 활동이 중단된 것은 아니다. 법인격은 박탈됐지만 일본 헌법이 보장하는 종교의 자유에 따라 종교 활동 자체는 여전히 가능하다.이런 상황 속에 통일교는 조직의 생존을 위해 빠르게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 기존의 중앙집중적 구조에서 벗어나, 네트워크형 조직으로 재편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이는 규제를 회피하고 활동의 지속성을 확보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또한 한국을 포함한 해외 조직과의 연대를 강화해 재정과 인적 자원을 재조정하려는 흐름도 관찰된다. 이러한 양상은 ‘법인 해산 이후 조직 존속’이라는 이중 구조를 드러내며, 해산 명령의 실질적 효과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남긴다.
지역 사회에 나타나는 청산 과정의 혼란해산 명령 이후 진행되는 청산 절차는 일본 각 지역에서 다양한 혼란을 낳고 있다. 통일교는 오랜 기간 축적된 광범위한 자산을 보유하고 있으며, 그 구조 또한 매우 복잡하다. 일부 자산은 관련 단체나 개인 명의로 분산되어 있어, 이를 일괄적으로 파악하고 정리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이 과정에서 피해자 배상 문제가 더욱 선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과거 고액 헌금이나 강압적 신앙 활동으로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는 이들은 청산 절차를 통한 보상을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자산의 실체가 불투명할 경우 그 실현 가능성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
지역 사회에서는 신도와 피해자 간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일부 신도들은 해산 명령을 ‘종교 탄압’으로 인식하는 반면, 피해자들은 이를 정의 실현의 과정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러한 인식의 차이는 지역 공동체 내부의 긴장감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일본 통일교의 모든 시설은 다음과 같은 고시문을 입구에 게시해 출입을 금하고 있다.
고시문(告示書)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이하 본 법인)은 2025년 3월 25일 도쿄지방법원으로부터 해산 명령을 받았으며, 이 해산 명령에 대해 도쿄고등법원에 즉시항고를 제기했다. 그러나 도쿄고등법원은 2026년 3월 4일, 해당 즉시항고를 기각하는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같은 날을 기해 본 법인은 해산되었고, 본 법인의 청산 절차가 개시됐다. 이 결정에 따라 본인은 도쿄지방법원으로부터 본 법인의 청산인으로 선임됐다.
본 시설 및 본 시설 내의 일체의 자산은 청산인인 본인의 관리하에 있다.
누구든지(본 법인의 회원이나 직원이라 하더라도) 청산인의 허가 없이 본 시설 내의 물품을 반출하거나 처분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또한 누구든지(본 법인의 회원이나 직원이라 하더라도) 청산인의 허가 없이 본 시설에 출입할 수 없다.
청산인의 허가 없이 본 시설에 출입하거나 물품을 반출할 경우, 건조물침입죄, 절도죄 등 형사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기 바란다.
2026년 3월 4일 도쿄도 시부야구 쇼토 1초메 1번 2호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청산인 변호사 이토 히사시(伊藤 尚)
핵심은 단연 재산 문제다. 통일교가 보유한 것으로 추정되는 막대한 자산이 어떻게 처리될 것인가는 사회적 관심의 중심에 있다.현행 일본 법제에 따르면 해산된 종교법인의 잔여재산은 내부 규정에 따라 다른 종교단체로 이전될 수 있다. 이는 결과적으로 조직의 실질적 존속을 가능하게 하는 구조를 내포하고 있으며, 해산 명령의 실효성을 약화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4월 2일 자 나고야(名古屋)TV와 「시사통신사(時事通信社)」의 보도에 따르면 현재 재산 청산 절차가 진행 중인 통일교는 기존 교회 시설 대부분을 사용할 수 없는 상태에 놓여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약 10만 명에 이르는 신도들이 온라인 등을 통해 예배를 지속하고 있으며 헌금 역시 계속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현재 일본 통일교의 홈페이지에 접속해 보면 “이 사이트는 비공개 상태입니다”라는 화면만 뜬다.
4월 7일 자 「시즈오카신문」은 통일교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해 종교 활동의 지속과 헌금 관리의 필요성에 따라 이르면 4월 8일에 새로운 조직 ‘FFWPU(Family Federation for World Peace and Unification)’를 설립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새 단체는 헌금 수납과 자금 관리를 담당하는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대표에는 일본 통일교 제15대 회장을 역임한 호리 마사이치(堀 正一)씨가 취임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진다.일부에서는 재산이 해외로 이전되었을 가능성, 특히 한국 본부와의 연계를 통한 자금 이동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흐름을 체계적으로 추적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는 아직 충분하지 않다.
결국 재산 문제는 단순한 법적 청산을 넘어, 국제적 자금 흐름과 종교 조직의 투명성이라는 보다 큰 문제로 확장되고 있다.정치권의 반응: 자민당과 타카이치(高市早苗) 정권의 선택정치권의 반응 역시 이번 사안의 중요한 축을 이룬다. 오랜 기간 제기된 자민당(自由民主党)과 통일교의 관계는 이번 사건을 통해 다시 주목받고 있으며 정치권 전반에 대한 신뢰 문제로 이어졌다.특히 타카이치 정권은 이전의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정권과 비교해보면 보다 보수적인 가치관을 유지하면서도, 통일교 문제에 대해서는 일정한 거리 두기를 시도하고 있다. 또한 종교의 자유를 존중한다는 원칙을 강조하면서도, 피해자 보호와 재산 투명성 확보를 위한 제도적 보완에는 적극적인 입장이다.다만 정치권 내부에서는 여전히 과거 관계에 대한 책임 문제와 향후 규제 수준을 둘러싼 의견 차이가 존재한다. 이는 향후 입법 과정에서 중요한 쟁점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언론과 여론: ‘종교 2세’ 문제의 부상일본 언론은 통일교 문제를 단순한 종교 이슈가 아니라 사회 구조적 문제로 보고 있다. 특히 ‘종교 2세’ 문제에 대한 집중 보도는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신도 가정에서 태어나 선택할 기회 없이 종교 활동에 참여하게 된 이들의 경험은, 종교의 자유라는 개념이 개인의 권리와 어떻게 충돌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전반적으로 일본 사회의 여론은 피해자 보호와 투명성 강화에 무게를 두고 있으며, 이는 향후 정책 방향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향후 전망: “해산 이후”라는 새로운 질문단순히 하나의 종교단체 문제에 그치지 않을 것이다. 법인 해산 이후에도 조직이 다양한 형태로 존속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일본 사회가 새로운 형태의 종교 문제에 직면하게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또한 재산 추적과 피해자 배상 문제는 장기적인 갈등 요인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법적, 제도적 보완뿐 아니라 국제적 협력 또한 요구될 것이다. 무엇보다 이번 사안은 일본뿐 아니라 한국을 포함하여 종교와 정치, 그리고 자본의 관계를 재정의하는 계기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통일교에 대한 해산 명령은 끝이 아니라 시작일 뿐이다. 법적 해산 이후에도 남아 있는 조직과 신앙, 그리고 그로 인해 영향받는 개인들의 삶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Copyrights ⓒ 월간 「현대종교」 허락없이 무단 전재 및 재배포금지 -